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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CT PRESS INTERVIEW

TX 랩(Total Experience Creative Media Lab, 이하 TX 랩)은 KAIST CT 소속으로 2021년 시작된 연구실이다. 현재 5명의 석사과정과 4명의 박사과정 학생연구원이 이진준 교수님(문화기술대학원)과 함께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TX 랩은 정보가 넘쳐나는 기술 중심의 시대에서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느끼는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경험이라는 Total Experience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인간의 다양한 감각을 탐구하고 이를 Total Experience라는 하나의 경험으로 집약하는 것에 대한 다학제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정미녕 박사과정, 김성백 석사과정, 최도요 석사과정, 한예은 석사과정 학생들과 함께하였다.

 

인터뷰 시작에 앞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각자 어떤 과정의 학생이신지,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는지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김성백 저는 석사과정 김성백입니다. 저는 미디어아트 전공자로서 보다 기술 기반의 다양한 예술적 탐구를 통한 연구를 진행 중이고, 연구실 내에서 기술을 베이스로 한 여러 가지 예술적인 탐구를 하는 중이고, 현재는 예술적 데이터 시각화에 대해 졸업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최도요 저는 석사과정 최도요입니다. 저는 심리학 베이스라, 심리학 쪽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연구를 하고 있고요. 제가 뇌 쪽에 계속 관심이 있었어서 지금은 브레인아트에 대해서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있어요.

한예은 저는 석사과정 한예은입니다. 저는 가상 공간에서의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은 가상 현실에서 생체 신호 바탕으로 조각이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정미녕 저는 박사 과정 정미녕이라고 하고요. 학사 땐 미술사학을, 석사 때는 동아시아학, 큐레이팅을 각각 따로 전공했어요. 미디어 아트를 통해 기술, 예술, 자연의 관계를 구현하고 재해석하는 업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미디어 아트 관련한 연구실이다보니 예술 쪽으로 연구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각자가 하는 연구를 소개해 주셨다면, 이제는 TX 랩은 어떤 연구를 하는 연구실인지 여쭤볼까 합니다. 연구실 차원에서 연구하시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셔도 좋고, 관련 국내외 학회나 저널을 함께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최도요 저희 연구실의 연구 분야를 단순하게 말하면 미디어 아트라고 할 수 있겠지만, 들여다보면 미디어 아트에 사용되는 기술이나 관련 문학적 리서치, 예술적 측면 모든 것을 종합해서 탐구하고, 그걸 기반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관련 저널이나 학회는… MIT 프레스의 ‘레오나르도'라는 저널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IEEE나 ISEA (The 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 같은 곳의 아트나 인터랙티브 아트 섹션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정미녕 저희는 아이디어부터 작품 개발, 전시, 이 시대에 필요한 담론 형성까지 모두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성백 저희가 하는 연구는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베이스로 여러 가지 탐구를 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미학 논문이 나올 수도 있고, 공학 논문이 나올 수도 있고. 어떤 분야로 연구를 하는 지는 각자가 하는 그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작품 자체가 메인이라기보다는 작품을 통한 연구가 더 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도요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 기술이나 관련된 여러 가지를 학문적으로 탐구를 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차별점인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드는 건 이 연구실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데, 작품을 학문적으로 탐구한 글이 수반되어 나오고, 학계에 기여하고… 이런 활동은 우리 연구실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실만이 할 수 있는 연구'라니, 다양한 학문적 탐구들이 이루어지는 ‘다학제적' 연구실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는데요. 그런 만큼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학생들이 TX 랩에 모여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TX랩은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서 연구하고 있나요?

한예은 말씀하신 대로 저희가 전공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저는 학부 때 조소과를 나왔고, 졸업한 다음에는 게임 회사에서 공간 3D 그래픽 만드는 걸 했었고요. 그리고 판화 하던 학생도 있고, 심리학, 기계공학 전공한 학생도 있고요.

정미녕 박사과정 학생 중에 국내에는 많이 있지 않은 전공인 사운드 아트를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온 학생도 있어요.

최도요 디자인 분야도 있고, 가구 디자인 전공한 학생도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학생들이 모여 있어요.

김성백 저 같은 경우엔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고요. 아, 연극학 전공한 학생도 있습니다. 정말 겹치는 전공이 하나도 없네요. (웃음)

한예은 맞아요. 특정 백그라운드라서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는 건 없는 것 같고요. 오히려 그 사람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과 해 온 것이 얼마나 저희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랑 비슷한지, 함께 했을 때 얼마나 시너지가 날 것 같은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최도요 처음 입학해서는 각자 가진 백그라운드로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와보니 연구실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하면서, 맞춰가고, 조율하고.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버려야 되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김성백 모두가 전공분야는 다양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한다기보단, 오랜 시간 동안 현업에도 있어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자기 한 전공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나 본인 전공 외에도 다른 영역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들이 여기 와서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전공이 다양해서 얻는 시너지도 많겠지만,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융합 연구를 하면 그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어려웠고, 그 어려움을 연구실 학생들끼리는 어떻게 해결하는 편인가요?

최도요 아무래도 전공이 다양하다 보니까 각자가 생각하는 논문이나 연구의 형태도 좀 달랐어요. 지도교수님께서 ‘디지털 시대의 매체 미학’을 강의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다 같이 수업을 들었거든요. 그러면서 많이 배우면서 소통이 좀 가능해졌던 것 같아요.

김성백 맞아요. 아무래도 교수님께서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이다 보니까, 교수님의 작품 세계를 베이스로 저희가 비슷한 지점에 올라가는 과정들이 한 2년 걸렸던 것 같아요. 생각을 시작하는 지점들이 비슷하게 되어서 조금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비슷한 시작점에서 어떤 논의를 해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게, 좀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이전에 연구실 인터뷰를 해보다 보면 연구실만의 키워드가 있더라고요. 연구실별로 추구하는 게 있기 때문에 백그라운드가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엔 하나로 뭉쳐지게 된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TX 랩도 그런 게 있다면, TX 랩만의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한예은 미디어 아트인 것 같아요.  

정미녕 미디어 아트라는 게 꽤 포괄적인 단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미디어가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을 하기 때문에, 매체 미학과 더불어서, 우리가 미디어라고 하는 것이 꼭 기술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미디어라는 것이 지금까지 형성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로 나올 수도 있는 거고. 미디어 자체를 탐구하는 연구실이라고도 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에서 미디어 아트라는 키워드로 모인 인터뷰이 분들은 어떤 계기로 TX 랩에서 석사, 혹은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최도요 미디어 아트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을뿐더러 저희 지도교수님이 예술가이시면서도 또 공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도 연구를 많이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이렇게 깊이가 있는 곳이 아마 여기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저한테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정미녕 저 같은 경우는 석사 때, 동양학(East Asian Studies)을 공부했고, 그중에서도 식민지학을 공부했어요. 서양의 식민지 문화가 일본으로 넘어가서 아시아 국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로 인해 변질된 문화, 잃어버린 고유 자산, 인간의 속성 등 격변기에 나타난 문화예술의 흐름에 대해 공부했거든요. 오늘날 우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기술과 기후 변화로 인한 격변기를 살아가고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인문학적 관점과 연구 방식이 이와 같은 시대에 어떠한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카이스트의 문화기술대학원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기술이 주도하는 IT시대에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담론을 쌓아가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 아닐까,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과 함께 담론을 나누며 창의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TX랩은 이러한 저의 배경과 관점을 인정해주는 연구실로 판단되었고 늦은 나이에 박사 과정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한예은 저는 예술성을 가진 무언가를 만드는 게 익숙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게임 회사에 있을 때도 ‘이렇게 하면 예술적으로 풀어볼 수 있겠는데’ 하는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런 흐름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크리에이티브한 거를 지원해 줄 수 있고, 그런 대화를 했을 때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일 곳이 저희 연구실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가상 공간 자체에 관심이 많아서 좀 덧붙이자면, 저희 연구실에서 가상 공간, 가상 현실을 다루는 방식 다루는 방식은 일반적인 가상 공간을 다루는 것과는 접근이 좀 달라요. 좀 더 철학적으로, 가상성과 현실에 대한 차이점이나 공통점, 이런 것들을 다루는 것에 가까워요.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미디어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든 경험 디자인을 하든 우리가 만드는 것이 철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지, 철학적인 관점에서 좀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게 좀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졸업 논문을 쓸 때도 처음에는 ‘어떤 것을 구현해야겠다’라는 것을 목표로 뒀다면, 이제는 내가 구현하려는 것이 예술적으로, 철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리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자에 초점을 조금 더 초점을 맞추게 된 것 같아요. 

김성백 일단 작가로서는 제가 궁극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가 교수님의 방향성과 많이 근접하다 느꼈고, 연구자로서 우리 연구실은 단순히 창작을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그러니까 좀 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는 한국에서 작가로서 오랜 활동을 하셨던 경험이 있고, 그 뒤엔 해외에서 오래 공부를 하셨으니, 현재 한국의 예술계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계세요. 교수님께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기반을 닦거나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는 등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데에 관심이 있어서, 저 역시 이런 시점에 함께 했을 때 배우고 얻어가는 점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각자가 연구실을 선택한 계기를 들어보니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연구를 통해서 각자, 또는 연구실 차원에서 이루고 싶으신 목표나 가치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한예은 제가 우리 연구실에 오기 전부터 했던 예술 작업의 주제가 결국은 사람 간의 소통에 대한 얘기거든요. 서로가 다 다른 시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까… 그런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연구에서도, 연구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면, 내가 하는 연구들이 결국엔 가상 공간에서의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작품도 마찬가지로, 미디어 아트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에 조금 더 새로운 방식으로, 조금 더 진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저는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미녕 저는 큐레이터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보니까, 조금 더 플랫폼 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플랫폼이라는 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IT의 플랫폼만이 아니라… 음, 예를 들자면, 저는 옛날에 있던 장터도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다음에 우리에게 필요한 플랫폼은 어떤 형태일지를 고민하면서 지금 미디어 아트를 공부하고 있는데… 결국에 저도 예은 학생이 말한 것처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거든요. 지금의 우리가 하는 SNS에서의 소통을 넘어선, 좀 더 진솔한 소통이 가능하면서도 본인 만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을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규모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진솔한 마음이 누군가에게 와닿는다면 그런 공간이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백 최근 국내에서 미디어아트가 활황을 맞다보니 굉장히 다양한 시선이 모이게 되고, 동시에 하나의 단어임에도 여러 개념이 중첩되고,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느껴져요. 그러다 보니까 국내에서는 교육을 하든 전시를 하든, 이게 왜 미디어 아트고, 그게 왜 연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바람직한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좀 실용적으로, 사회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원래 꿈이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데, 우리 연구실이 작품 창작이나 연구를 넘어 미디어아트가 주목 받는 시대에 다방면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최도요 저는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곳에 있고 싶다는 소망이 강했어요. 늘 커팅 에지(cutting edge)에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제가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우리 연구실이 그런 곳이라서 여기에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회사에 다녔다면 수행해 볼 수 없는 규모와 수준의 연구 및 프로젝트도 경험해 볼 수 있고,이런 기회들이 많다는 점이 제가 이루고싶은 목표와 잘 맞다고 생각해요. 더 세부적으로 말을 하자면 저는 BCI (Brain-Computer Interaction) 응용에 관해서 관심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 부분에서 제대로 된 연구와 결과물을 내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모두가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뚜렷이 있고, 그것을 연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 같아 멋있네요. 이제는 연구실에서의 일상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TX 랩만의 재밌었던 일이나 이벤트 같은 게 있을까요?

한예은 이런 말을 하면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웃음) 분위기가 정말 가족 같거든요. 사실 연구실이란 공간이 그냥 일만 또는 공부만 하는 곳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연구실에 진짜 오랜 시간 있잖아요. 그래서 일상도 많이 공유하게 되고, 그러면서 일상이 이벤트가 되는 것 같아요. (웃음)

최도요 정말 저희는 일상도, 여행을 가거나 할 때도 필름으로 찍어서 다 이렇게 연구실에 붙여놓거든요. (웃음) 뭘 해도 좀 같이하려는 게 있어요. 다들 여기서 만나서 함께 있는다는게 얼마나 소중한 의미가 되는지 잘 알거든요. 여행도 같이 다녀오고, 전시도 같이 많이 보러 다니고, SF 영화 소모임도 만들어서 같이 영화 보고 이야기도 많이 나눠요.

한예은 재밌는 생활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일단 기본적으로 재밌게 지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요. (웃음)

김성백 놀면서도 유익함을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해요. (웃음)

최도요 저희끼리도 대화를 많이 하지만 또 교수님이랑도 대화를 많이 하거든요. 교수님께서 바쁘시지만 시간이 나실 때마다 저희와 시간을 보내시려고 노력해주시는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배우고 즐겁기도해요.

한예은 맞아요.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되게 좋은 게, 고민 있을 때 교수님께 말씀을 드리면 같이 고민해 주시기도 하고, 관련해서 말씀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김성백 그렇죠. 또, 연구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도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가기도 하고, 각자가 몰랐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연구 주제가 나오기도 하고 그래요. 이렇게 한 1년, 2년 지나다 보면,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저희 안에 세계가 만들어지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는 존재라니, 연구실에서의 일상은 재미와 영감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아요. 혹시 그 밖에, 다른 연구실에 비해서 TX 랩만이 가진 특별한 점이나 자랑하고 싶은 점이 있을까요?

최도요 아무래도 연구실 구성원들의 백그라운드가 다양하기도 하고, 실제로 무언가 만드는 걸 하던 사람들이 있으니까, 제가 무언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싶을 때 연구실 사람들에게 부탁하면 여러가지를 물어보고 같이 고민하고 실제로 만들어줘요. 제 입장에서는 되게 신기하고 재밌어요.

김성백 시너지가 많이 난다는 게 좀 장점인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화를 하면서도 시너지가 나고. 똑같은 과제를 해도 저희의 전공 분야가 다르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있으니까, 시너지가 많이 난다는 부분이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정미녕 아, 저희가 최근에 저널 미팅이라는 걸 시작했거든요, 저희 내부에서. 저희 모두가 대화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논문을 같이 읽으면서 각자가 무엇을 연구하는지, 연구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고, 이런 모임들을 통해서 서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한예은 맞아요. 저희 모두 다 대화 나누는 걸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시도 보는 걸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전시본 뒤에 이야기를 엄청 많이 해요. ‘어떤 작품은 어땠던 것 같고, 전체적인 전시의 흐름은 어땠던 것 같아' 이런 식의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럼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제가 놓쳤던 것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아요.

최도요 친구들이랑 하는 대화랑은 달라요. 각자가 다 전공 분야가 있고 인사이트가 있다 보니까, 날카롭고 새로운 생각을 들을 수 있어요.

정미녕 어떻게 보면 이러한 부분이 교수님께서도 의도하고 계신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공학이든 예술이든 어떤 분야에서든 창의적인 활동에 있어 꼭 필요한 게 비평적인 시각이라고 보고 계신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저희 모두 비평적인 편이죠. 이 연구실의 장점이 연구실에서만큼은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고,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결국 비평적인 시각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또 나오게 된다고 생각해요.

김성백 그리고 저희가 그냥 완전 다른 시각에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교수님이라는 구심점을 토대로 얘기를 하는 것이 하나의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세계를 이해하고 얘기하는 거랑 모르고 얘기하는 거랑 또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희끼리 얘기하면서 교수님 연구주제를 이해하게 되는 것도 있고, 그 이해에서 파생되는 것도 있기도 하고요.

정미녕 그런데 사실 이 과정 자체를 예술로 보는 그러한 관점도 있거든요. 다른 사고를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나오는 새로운 생각들, 그것 자체가 사실은 예술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고요. 지향점은 일상에서 예술을 하는 것… 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웃음)

 

TX 랩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나 CT Press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들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TX 랩 지원을 희망하는 분들이 대학원에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선배의 입장에서 알려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정미녕 제가 많이 받았던 질문 중의 하나가… 아무래도 제가 저희 연구실에서는 인문학 쪽에서 온 사람이고, 여기는 공대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베이스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올 수가 있는지, 들어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들을 많이 받아왔었거든요. 아까도 이야기했던 부분이지만, 저희 연구실이 추구하는 것은 기술을 직접 구현하지는 않더라도 여러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거예요. 중요한 건 다양한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사고가 상당히 넓어야 하거든요. 저희 연구실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추구하고 요구하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합니다. 카이스트가 공대이기 때문에, 예술 관련 전공을 한 분들에게는 많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희 연구실은 그런 쪽으로는 좀 오픈되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김성백 저도 좀 덧붙이자면, 저희 연구실이 카이스트 안에 있고, 그리고 문화기술대학원 안에 있어서 종종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카이스트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고, 문화기술대학원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근데 그 두 개랑 TX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TX 랩 자체는 사실 따로 떼서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미디어 아트라는 키워드를 가지고있다 하더라도 카이스트 내의 학과의 정체성이 다르고 문화기술대학원 내의 연구실 간의 정체성이 다른 것처럼 TX도 TX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테니 진학을 희망하신다면 학교나 연구실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가 아니라 웹사이트나 대외적으로 공개된 자료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예은 “카이스트? 공대잖아? 문화예술대학원에 미디어 아트를 하는 연구실이 있다고? 그럼 나 여기 가서 미디어 아트 할래”하는 생각은 잘못된 것 같아요. (웃음) 저희가 말한 걸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내가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여기 가서 졸업하면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 미디어 아트 관련해서 이런 일을 해왔어. 그런데 여기에 가서 이러한 연구를 좀 더 깊게 하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기대하는 편인 것 같아요.

최도요 덧붙이자면,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 아트 쪽 사람만 올 필요 당연히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사회과학 관련 전공을 한 분들에게서 가끔 그런 메일 받거든요, 본인이 심리학 전공 혹은 부전공인데 우리 연구실에 진학할 수 있을지. 저희 연구실에는 미디어 아트나 예술 분야 쪽 지원자들이 많긴 하지만, 저희 연구실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요. 저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더 왔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분야 전공자들이 잘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여기서도 리서처로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연구실을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을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요.

김성백 저희가 미디어 아트를 하는 연구실이라고 명시적으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미디어 아트만 하는 곳이 아니기도 하거든요. 미디어 아트를 추구하는 사람만 오는 곳은 아니니까, 그런 것도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한예은 미디어 아트를 하는 것과 미디어 아트 주변을 연구하는 것은 사실상 엄청 다르니까요.

최도요 맞죠. 일단 자기 분야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고, 본인 분야에 대해서 탄탄하게 공부하는 게 일차적으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커뮤니케이션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신기술이나 새로운 것에 열려 있으면서, 철학적으로도 깊이 있는 사고를 해본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정미녕 맞아요. 예를 들어서 새로 나온 AI 프로그램이라든지, 그런 거는 스스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자 하는, 그런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게 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신기술, 새로운 매체에 오픈되어 있어서 실제로 한번 사용해 보면서 비평적인 시각으로 어떤 점이 부족한지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요. 결국에는 저희 연구실에서 요구하는 것은, 저는 해석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최도요 아, 그리고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미래에 비관적이진 않지만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예은 맞아요. 저희끼리도 비평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오픈되어 있고,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을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떤 걸 정말 좋아하면서도 그걸 진지하게 생각하면 좋은 점뿐만 아니라 단점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렇다 보니 저희도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들에 정말 관심 있고 애정이 있으니까, 이런 비평적인 시선을 가지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게 잘 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재밌어, 이 부분에 대해서 진짜 진지하게 열정이 있어' 이러면 자연스럽게 비판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또 저희 연구실과도 잘 맞을 것 같아서 그런 분들이 저희 연구실에 진학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최도요 저희 연구실은 공학 전공자들도 물론 환영합니다. (웃음) 저희는 셋 다 필요합니다. 만드는 사람, 개발하는 사람, 해석하는 사람, 다 필요합니다.

한예은 근데 결국 기본적인 마인드셋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각자 하는 역할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도. 아무튼 전공 상관없이 저희가 이제까지 말씀드린 부분이 저희와 잘 맞는다면 환영입니다. 사실 저희가 우리 연구실이 어떤 연구실인지 말을 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 인터뷰가 저희 연구실을 소개할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 연구실이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았고 저희도 연구실을 만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나 다른 연구실 사람들이 TX 랩이 어떤 연구실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연구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인터뷰를 읽어 보시면서 TX가 어떤 곳인지, 실제로 어떤 분위기인지 주의 깊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CT Press 이동연 기자

Graduate School and Culture Technology at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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